차량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은 바로 경량화와 파워트레인의 효율화다. 차가 가벼울수록 엔진에 걸리는 부하가 줄고, 배기량이 적을수록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량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시간을 되돌아보면, 폭스바겐그룹은 반 세기 이상의 시간을 이러한 기본적인 엔지니어링에 몰입해 왔다.
경량화의 첫 조건, 첨단화된 공법의 플랫폼
자동차를 가볍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무게를 줄이는 일이 아니다. 주행 시 안정적이며 충돌 시에는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강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자동차의 설계다. 강성을 강화할 부분과 유연성을 담당할 부분, 하중이 커도 좋은 부분과 가벼워야 하는 부분, 다양한 외력에 따른 제품들의 역학관계를 잘 계산해야 한다. 자동차공학 전공자들이 우스갯소리로 수험생 시절보다 수학문제를 더 많이 푼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의 플랫폼 전략이란 완벽한 구조를 위한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스바겐그룹은 그 싸움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07년에 도입한 모듈러 컴포넌트 시스템(Modular Component System) 이후 등장한 폭스바겐그룹의 주요 플랫폼들은 각각의 부품들이 가지는 소재 강성과 특성이 정교하게 조화를 이룸으로써 모범이 되고 있다.
플랫폼에 대해 간략히 정의하자면, 차량 간 공유되는 부품이나 구조물, 파워트레인의 결합을 가리킨다. 통상 엔진 마운트 공간과 대시보드, 거주공간을 위한 언더 바디, 후미 쪽의 플로어 및 서브프레임(서스펜션과 섀시를 연결하는 구조)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플랫폼이 전략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1960년대 이후부터다. 폭스바겐은 1970년대부터 크기 순서대로 A~D의 승용차 플랫폼과 상용밴인 T 플랫폼을 개발해 사용했고 이를 세분화하며 발전시켰다.
그렇다면 모듈화란 무엇일까? 쉽게 말하면 플랫폼 구성 구조물을 기능별로 나누어 제작한다는 의미다. 과거와 달리 물질적인 형태만이 아니라 기능 단위의 설계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예컨대 세단인 아테온과 SUV인 티구안이 모두 MQB(Modularer Querbaukasten (Modular Transverse Matrix), 가로배치 엔진 중형 이하급 플랫폼)를 기반으로 제작될 수 있는 것도 모듈 형태의 플랫폼이 갖는 응용력과 확장성 덕분이다.
[▲가로배치 엔진 기반 중형급 이하 MQB(Modularer Querbaukasten) 플랫폼. ‘바우카스텐’은 ‘상자’, ‘틀’을 의미한다.]
알루미늄 소재의 적용, 플랫폼의 무게를 덜어내다
폭스바겐그룹의 플랫폼 전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소재의 경량화다. 폭스바겐그룹은 1994년 선보인 1세대 아우디 A8을 통해 승용차 최초로 알루미늄 섀시를 적용했다. 아우디는 당시 최고출력 300마력을 발휘하는 4.2리터 가솔린 엔진과 4륜구동을 적용하고도 공차중량이 1,800kg에 미치지 않을 만큼 경량화에 성공했다.
동일한 두께와 면적의 기존 강판 대비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인장 강도를 가진 고장력 강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통해 강한 비틀림이나 굽힘 등 외력에 견뎌야 하는 언더 바디, 충돌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해야 하는 주요 필러부의 강성을 확보하면서도 무게는 줄일 수 있었다.
[▲승용차 최초로 알루미늄 섀시를 적용한 1세대 아우디 A8]
특히 이 고장력 강판은 폭스바겐그룹의 레이저 용접 방식과 더해져 일대 혁신을 이룬다. 2008년 공개된 6세대 폭스바겐 골프의 경우, 별도의 용접용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레이저 용접을 적용한 부분이 무려 70미터에 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소재의 강성과 용접 방식의 혁신이 결합된 쾌거였다. 아우디 역시 Q7, A8과 같은 대형 SUV 및 세단의 주요 부분에 고장력 강판을 적용해 무게를 덜고 주행 성능을 강화했다.
[▲고장력 강판으로 무게를 줄인 아우디 Q7의 서브프레임]
집념의 엔지니어링이 빚어낸 다운사이징 과급 엔진
폭스바겐그룹은 몸의 다이어트만이 아니라 심장의 다운사이징 분야에 있어서도 선구자였다. 이산화탄소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선 배기량을 줄여야 했는데 이때 동력 성능 손실이 문제였다. 1960년대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기가 희박한 고고도에서 항공기 엔진의 출력 확보를 위해 사용하던 과급 시스템을 자동차에 적용했다. 바로 이것이 터빈을 활용해 공기를 압축하는 터보차저, 그리고 엔진 자체 구동력을 활용한 블로어(blower)를 사용하는 슈퍼차저다.
이러한 과급기를 사용하는 엔진의 영역에서 폭스바겐그룹이 남긴 성과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것은 1982년 1세대 폭스바겐 골프 GTD에 들어간 1.6리터 터보 디젤 엔진이다. 이전에도 디젤 엔진이 골프에 장착됐지만, 압축비가 높은 디젤 엔진과 최대토크를 강화하는 터보차저의 특성이 시너지를 이루며 전혀 다른 디젤 엔진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현재도 골프 GTD는 고성능, 고효율 디젤 엔진의 상징이다.
가솔린 부문에서는 2013년 등장한 1.4리터 TSI 엔진이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 엔진은 특이하게 ‘트윈차저’라는 개념을 적용했는데, 터보차저와 슈퍼차저 각각의 약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한 것이었다. 터보차저는 일정 이상의 배기가스 유속이 확보되지 않는 저회전 영역에서는 쉽게 구동되지 않는데 이 영역에서는 슈퍼차저의 힘을 빌려 해결한다. 반대로 슈퍼차저는 고회전 영역에서 엔진 동력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데, 바로 이때는 터보차저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버리는 동력 없이! 고효율 변속시스템
자동차를 좀 아는 사람들이라면 폭스바겐그룹의 DSG(Direct Shift Gearbox)라는 변속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엔진 자동차의 동력은 몇 단계의 방향 전환을 거쳐 바퀴로 전달되는데, 필연적으로 많은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면 원하는 동력 성능을 얻는 대가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도 줄어들게 된다.
[▲DSG가 적용된 5세대 폭스바겐 골프 R32]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는 별도의 변속 동작이 없어 편리하지만, 각 단으로 동력이 전달될 때 그 손실이 컸다. 이른바 토크컨버터라고 불리는 방식이 기어의 직결이 아닌, 트랜스미션 하우징 안에 차 있는 오일의 유압을 활용하는 간접 전달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어의 냉각과 마모 방지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가속 시 더 큰 기어비를 쓰기 위한 하향 변속에서 즉각적인 동력 전달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폭스바겐의 DSG는 말 그대로 기어의 기계적 맞물림을 사용하는 수동변속기의 특성을 자동화한 것이다. 여기에 홀수 단과 짝수 단에 각각 클러치를 두어 다음 단 변속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DSG는 ‘잘 나가는 차는 연비를 기대할 수 없다’는 상식도 파괴했다. 강력한 동력 성능을 위해선 연비를 포기하고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고성능차 영역도 DSG를 통해 바뀌었다. DSG는 통상 15~20%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효과가 있다.
사실 이번 콘텐츠는 폭스바겐그룹의 이산화탄소 저감전략 차원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동차 제조사로서의 기본기에 해당하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기본은 말처럼 쉽지 않으며, 때론 엄청난 비용과 희생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그룹이 절대 포기하지 않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룹과 산하 브랜드 자동차들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선택과 사랑을 받는 것은 바로 이런 기본기에 대한 처절한 집념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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