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8Tech
폭스바겐그룹 통합 앱스토어, 그 무한한 가능성

20세기에는 자동차를 고르는 기준이 아주 명확했습니다. 잔고장 없이 튼튼해야 하고, 에어컨은 추위를 느낄 정도로 잘 나와야 하며, 사륜구동까지 달려있다면 금상첨화였죠. 이건 지금도 어느 정도는 유효합니다만, 사실 그 시절에는 이 정도가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의 전부였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블루투스는 기본이고 애플 카플레이가 지원되는지, 내비게이션은 어떤 브랜드의 맵 데이터를 활용하는지 등을 따져보게 되죠.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OTA 제공 여부도 중요한 구매 요소가 되었습니다.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도래한 겁니다.

폭스바겐그룹도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룹 산하의 소프트웨어 기업 카리아드는 올해 MWC(Mobile World Congress. 세계 최대 모바일 기기 박람회)에서 통합 앱스토어를 공개했는데요. 마치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듯 다양한 기능들을 차량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현재 오픈된 앱들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 틱톡을 비롯해 아마존 뮤직 · 스포티파이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있으며,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더 웨더 채널과 시스코의 화상 협업 툴 웹엑스도 추가될 예정입니다. 여기에 더해 내비게이션 등의 서비스는 자체 앱을 이용해 통합하고, 폭스바겐 · 포르쉐 · 아우디 등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각 브랜드가 직접 개발한 전용 앱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 기능을 활용하면 설치된 앱들을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통합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열리면 우리 삶은 크게 바뀔 겁니다. 각자의 스마트폰에 깔려있는 앱이 모두 다르듯,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으니까요. 제조사가 만든 기능을 일방적으로 제공받는 대신,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선택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전기차 충전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차 안에서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를 시청하거나, 스마트폰을 컨트롤러로 활용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내장한다면 주유소나 주차장에서도 지갑을 뒤적일 필요가 없겠죠?
외근이 잦은 회사원들을 위한 스케줄 관리 앱은 어떨까요. 캘린더에 저장된 일정, 시간, 장소에 따라 중요한 메모나 자료를 오디오로 들으며 리마인드하고, 내비게이션이 자동으로 길 안내를 도와주는 거죠.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만으로 모든 일을 처리해낼 수 있다면 운전 중 스마트폰을 꺼낼 일이 없을 테니 안전운전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먼 이야기일 것만 같지만, 폭스바겐그룹에게는 눈앞의 현실입니다. 당장 2023년 7월부터 아우디가 일부 모델에 그룹 통합 앱스토어를 최초로 탑재할 예정이거든요. 일단은 유럽,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스토어 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 적용 차량과 지역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폭스바겐그룹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넘어 파워 트레인과 섀시, 충전 기술 등을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기술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략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E³ 플랫폼입니다. OTA를 통해 모든 브랜드의 차량 소프트웨어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최신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고,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취합해 새로운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을 포함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이 형성될 것입니다.
이미 아우디, 포르쉐 등 일부 브랜드의 차종에서 E³ 1.2 버전을 탑재하고 있고, 2025년까지 자동차에 적용되는 자체 소프트웨어 비중을 60%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카리아드의 직원을 1만 명으로 늘리고, 연구자금으로만 300억 유로(약 41조 6,5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죠.

앞으로 소프트웨어는 자동차를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반의 새로운 기술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집약체인 스마트폰과의 연결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죠. 어쨌건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변화보다 앞으로 겪을 변화가 더 크게,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