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5Tech

럭셔리를 세공하는 브랜드, 벤틀리


올해도 어느새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다들 2025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폭스바겐그룹에도 다양한 순간들이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벤틀리가 새로운 콘셉트카 EXP 15와 함께 다섯 번째 윙드 B(Winged B) 엠블럼을 공개했다는 점이죠.


엠블럼은 말 그대로 ‘브랜드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벤틀리는 왜 다시 엠블럼을 다듬었을까요? 그리고 미래의 벤틀리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게 될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함께 풀어보려고 합니다.

 

 

벤틀리가 변화하는 방식

 

1919년, 월터 오웬 벤틀리(W. O. Bentley)는 ‘좋은 차, 빠른 차, 최고의 차’ (Good car, Fast car, Best Car)를 만들겠다는 신념 아래 벤틀리를 설립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디자인에도 그대로 녹아 있었고, 첫 엠블럼 역시 벤틀리를 상징적으로 담아내고자 F. 고든 크로스비(F. Gordon Crosby)에게 의뢰해 제작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벤틀리의 엠블럼은 시대와 기술,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1931년, 1996년, 2002년에 한 번씩 변화해 왔습니다. 그때마다 엠블럼은 벤틀리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때마다 조금씩 다듬어왔습니다. 
 


특히 2002년 엠블럼은 폭스바겐그룹 편입 이후 첫 번째 컨티넨탈 GT 출시 시점과 맞물리며 상징성이 더욱 컸죠.
 


그리고 2025년, 벤틀리는 다섯 번째 윙드 B 엠블럼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정제된 간결함’입니다. 기존 엠블럼의 구조적 틀은 유지하면서, 시각적 복잡성은 최소화해 더 현대적이고 직관적인 형태로 재탄생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도 명확히 인식될 수 있도록 수많은 요소를 다듬고 밀도 있게 완성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P 15, 헤리티지와 미래를 동시에 품다


벤틀리의 엠블럼 변화는 EXP 15 콘셉트카의 등장과 함께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EXP 15는 한눈에 봐도 벤틀리다운 실루엣을 보여줍니다. 긴 보닛, 뒤쪽으로 물러난 캐빈, 그리고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벤틀리의 그릴.


1930년형 벤틀리 스피드 식스 거니 너팅 스포츠맨 쿠페(Bentley Speed Six Gurney Nutting Sportsman Coupe)에서 영감을 받은 외형은 클래식 벤틀리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EXP 15는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지만은 않습니다. 현대적 표면 처리 방식, 정교한 조명 기술, 미래를 향한 디지털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미래 벤틀리의 실루엣’을 만들어 냈죠.


헤리티지를 존중하되 그 위에 미래를 다시 조각하는 방식. 이것이야말로 벤틀리가 이야기하는 ‘럭셔리의 세공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서 영감을 얻어 미래를 조각하다 


EXP 15의 실내로 들어가 보면, 벤틀리가 왜 ‘전통과 기술의 조화’를 이야기하는지 더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우선 좌석과 대시보드에는 벤틀리 특유의 장인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에 얹힌 디지털 경험은 완전히 새롭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우드 베니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디스플레이, 하나의 조형물처럼 보이지만 주행 방향·배터리 충전 상태 등의 정보를 세련되게 보여주는 센터피스, 그리고 실내 전체를 관통하는 날개형 대시보드까지. 벤틀리의 헤리티지가 기술과 만나 미래적 감각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용된 소재 역시 벤틀리다움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영국 명문 원단 제조사 폭스 브라더스의 100% 양모 원단과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된 경량 티타늄 마감재는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하지만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형태의 럭셔리를 완성합니다.

 

 

벤틀리가 말하는 ‘미래 디자인의 방향성’


EXP 15는 단순한 콘셉트카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벤틀리는 이 콘셉트카를 통해 앞으로의 양산 모델들에 적용될 다섯 가지 익스테리어 원칙을 공개했으며, 더불어 미래 벤틀리 디자인의 핵심 조형 언어를 세 가지로 정의했습니다.


1.    일체화된 존재감: 하나의 덩어리를 그대로 깎아낸 듯한 조형. 요소들이 따로 놀지 않고 단일한 형태로 느껴지는 실루엣을 의미합니다.
2.    강인한 현상: 정적인 형태 속에 잠재된 에너지가 보이도록 면과 볼륨을 구성하는 방식. 훈련된 운동선수의 몸처럼 긴장감 있는 표면을 만들죠.
3.    조각된 정교함: 시각적 무게를 덜어내면서도 견고함을 유지하는 디테일. ‘가벼워 보이지만 탄탄한’ 특유의 벤틀리 감각을 완성합니다.


이 세 가지 조형 언어는 앞으로 벤틀리가 세공해 나갈 미래 디자인의 기준점이 됩니다. 새 엠블럼, EXP 15, 그리고 2026년 등장할 순수 전기 모델까지 모두 이 철학의 연장선에서 읽힐 것입니다.

 

 

2026년, 그 이후 벤틀리는 어떤 모습일까?

EXP 15는 양산 모델을 예고하는 차는 아니지만, 벤틀리가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를 가장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1930년대 디자인 언어로부터 출발했지만, 단순한 복각이 아닌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벤틀리를 암시합니다. 고급 소재와 디지털 기술, 그리고 벤틀리만의 장인적 감성이 조화된 모습은 앞으로 다가올 전기화 시대의 벤틀리가 어떤 방향을 향할지 자연스럽게 힌트를 줍니다.
 

2026년에는 벤틀리의 첫 순수 전기 양산 차량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벤틀리는 또 어떤 형태의 럭셔리를 조각해낼까요?
새로운 엠블럼, 콘셉트카, 그리고 그 뒤의 디자인 철학까지. 2025년의 변화들은 모두 벤틀리가 미래를 향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앞으로 벤틀리가 얼마나 놀라운 모습을 선보일지, 모두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