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배기가스 규제와 인증기준을 만족시키는 데 있어 엔진의 다운사이징과 효율 개선, 소재의 경량화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주행 시 맞닥뜨리는 공기저항의 최소화가 중요한 이유다. 아우디 e-트론은 내연기관 시대부터 브랜드를 사랑해왔던 이들에게 이질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전기차로서 최적의 공력 성능을 구현하는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완성했다.
효율을 위한 소수점의 싸움, 항력계수
공기저항의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 항력계수다. 항력계수는 공기 뿐만 아니라 액체 등 유체 속에서 물체 전면에 걸리는 저항력을 가리킨다. 자동차가 주행할 때의 속력과 공기밀도 등의 복잡한 관계속에서 산출되는데, Cd, Cw, Cx 등으로 표시하고 자동차에서는 Cd를 주로 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항력계수를 측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는 풍동 시설과 분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항력계수가 에너지 효율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출처: Audi Media Center>
일반적으로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항력계수가 10% 줄어들면 2%의 연비개선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예컨대 항력계수 0.35이고 복합연비가 11km/L인 자동차의 항력계수가 0.315로 떨어진다면 연비는 11.2km/L로 개선된다. 미미한 수치 같지만 이 작은 차이로 인해 인증기준 통과 여부가 갈리기도 하는 점을 고려해보면 결정적인 차이인 셈이다.
SUV 항력계수 맞아? 0.27Cd의 아우디 e-트론
아우디 e-트론의 항력계수는 0.27Cd다. 전고가 높은 SUV의 특성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다. 경쟁 제조사들의 동급 SUV들이 모두 0.3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 효율 개선은 물론 풍절음도 줄어들어 주행 시 정숙성도 강화되어 고급 SUV로서의 가치를 더한다.
[▲아우디 e-트론의 에어로다이내믹]
<출처: Audi Media Center>
이러한 공력 성능의 비결로 그릴 디자인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Q8 등 기존 아우디 SUV 모델과 같은 대담한 8각형 싱글 프레임에, 내부에는 수직의 스트럿(기둥 형태)이 적용됐다. 엔진 차량과는 달리 그릴 내부로 공기가 들어가는 공간을 최소화된 형태다. 주행 시 모터 계통을 냉각시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기만을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차체 상하좌우로 흘려 보내기 위한 구조다. 특히 고속 주행일수록 이 구조를 통한 공력 성능의 장점은 더 크게 발휘된다.
특히 e-트론 디자인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부분은 사라진 도어 미러와 그 자리를 대체한 양산차 최초의 버추얼 사이드미러다. 멀리서는 언뜻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카메라 유닛으로, 기존 사이드미러 장착 차종 대비 전폭을 150㎜ 가까이 줄여준다. 이는 0.01의 싸움이라 할 수 있는 항력계수 하향 효과에 기여한다.
<▲출처: Audi Media Center>
시야에 대한 걱정은 덜어 두어도 된다. 버추얼 사이드미러를 통해 촬영된 영상은 1열 도어 트림의 고해상도 뷰를 통해 볼 수 있다. 차량에 장착된 총 4개의 카메라를 통한 360° 디스플레이가 차량 주위 공간에 대한 운전자의 인식을 도와준다.
엔진 시대부터 구현된 아우디의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
차량 전체 디자인도 항력계수 제어에 빼놓을 수 없다. 아우디 e-트론의 A필러와 윈드실드 각도는 쿠페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유연한 곡면이 강조된 보닛의 끝부분이 주행 중 마주치는 주행풍을 전후좌우로 분산시킨다.
이때 차량의 좌우와 위아래로 발생하는 공기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범퍼 하단의 스플리터, 후면 윈드실드의 디플렉터도 정교하게 설계됐다. 참고로 항력계수가 낮으면 그만큼 차 주위를 흐르는 공기의 유속도 빨라진다. 공기가 빠르게 흐르는 쪽은 그렇지 않은 쪽 대비 기압이 낮아지고 운동 시 영향을 받게 된다. 차량 측면 유속이 너무 빠르면 주행 시 조향이 불안해지고, 위쪽의 유속이 너무 빠르면 비행기의 날개처럼 위로 떠오르려는 양력이 발생한다. 스포츠카의 항력계수가 오히려 0.3Cd 이상인 이유도 그 때문이고, 낮지만 적절한 항력계수를 구현하는 것은 그 만큼 쉽지 않은 과정이다.
아우디의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구현됐다. 전면 보닛의 끝단, 전후 윈드실드와 루프가 만나는 부분을 부드러운 곡면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이미 이 시기에 적용됐다. 또한 2000년대 초중반에 등장한 싱글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 역시 주행 중 차의 전면에 맞닿는 주행풍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런 기술의 결과는 당대 최고 수준의 항력계수로 증명됐다. A6의 경우 1990년대에 등장한 2세대가 이미 0.28Cd,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생산된 4세대 경우에는 0.25Cd에 달했다. 2015년 4세대 A4의 항력계수는 0.23Cd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지금의 아우디 e-트론의 항력계수는 어느 날 갑자기 구현된 것이 아닌 셈이다. 후미 윈드실드 각이 더 완만한 아우디 e-트론 S 스포트백의 경우에는 0.26Cd까지 그 수치가 떨어진다.
<▲출처: Audi Media Center>
아우디 e-트론은 전기차가 갖춰야 할 이상적인 역량과 자동차의 미학을 동시에 잡은 SUV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공력 성능의 강화는 이미 엔진시대에도 지향했던 가치이고, 사이드미러의 소형화도 언젠가는 도래할 미래였다. 그렇기에 아우디 e-트론은 무모한 공상이 아니라 당연스럽게 미래를 앞당긴 자동차, 전기차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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