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Tech

폭스바겐그룹의 기념비적인 자동차 디자인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9월 디자인 중심 기업이 될 것임을 선언했습니다. 폭스바겐그룹을 오랫동안 주목해 온 분이라면 이 선언을 접한 순간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을 겁니다. 오랜 기간 ‘전설'로 회자되어 온 폭스바겐그룹의 기념비적인 디자인들 말이죠.


타임리스 아이콘,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 한 대가 원형에 가까운 디자인을 유지하는 건 극히 이례적입니다. 심지어 그 차가 세계 곳곳에서 아주 흔하게 보이는 건 더 드물고요. 폭스바겐 비틀은 이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 이름 그대로 딱정벌레(beetle)처럼 생긴 귀여운 외형이 타임리스 디자인(Timeless Design)으로 자리 잡으면서 비틀은 폭스바겐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여담으로, 비틀은 첫 출시 당시에는 ‘KDF’라는 딱딱한 이름이었지만 미국 수출 후 동글동글한 디자인에서 따온 ‘비틀’이란 애칭이 생겼고, 이후 공식 모델명이 되었습니다.

오리지널 비틀은 현대인의 시선으로 보면 트렌디하고 아이코닉해 보입니다. 하지만 당시 오리지널 비틀의 디자인은 대중이 편하게 탈 수 있도록 합리적인 구조와 기능을 갖추는 데 집중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가령, 거대한 엔진을 싣느라 보닛*이 지나치게 길었던 당시 자동차들과 달리, 비틀은 엔진을 뒤로 배치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여기에 네 명이 타고 적당한 짐까지 실을 수 있는 공간까지 갖춰 단시간에 국민차로 등극할 수 있었죠.

*보닛: 차량 앞쪽의 엔진룸이나 뒤쪽의 트렁크를 덮고 있는 덮개


터닝 포인트, 아우디 TT

초창기 아우디의 모델들은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를 확 바꾼 터닝 포인트가 1998년 출시된 TT였죠.

1995년 등장한 TT 콘셉트는 전면부와 후면부의 디자인 요소가 유사한 대칭형 디자인이었습니다. 기하학적인 유려한 라인 및 선과 면의 비율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으며,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든 명확하고 일관된 느낌을 선사했죠. 차체와 범퍼는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일체화되었으며, 도장면은 ‘실버 애로우*’의 재림이라 불릴 만큼 매끈한 은빛 광택을 발했습니다. 콘셉트카를 접한 사람들의 기대가 한껏 높아진 가운데 1998년 출시된 양산형 TT는 콘셉트카의 디자인 포인트를 완벽하게 구현하여 오래 기다려온 팬들과 잠재 고객들을 만족시켰습니다.

아우디 TT의 도드라지는 펜더, 범퍼와 그릴의 구분을 없앤 형태, 대칭형 설계는 이후 A2, A4, A6 등의 후속 모델들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실버 애로우: 1930년대 독일에서 활약한 레이스카
*펜더: 자동차의 바퀴 주변을 감싸는 외장 부품


람보르기니 디자인의 기원, 쿤타치

쿤타치는 이탈리아의 작은 자동차 회사에 불과했던 람보르기니를 세계적인 슈퍼카 회사 반열에 끌어올린 일등 공신입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자동차 디자이너로 평가되는 마르첼로 간디니가 고안한 쿤타치의 파격적인 디자인은 197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차체는 당시 유행하던 쐐기형 스타일을 차용해 낮고 넓었으며, 날카롭고 저돌적인 전면부와 은은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측면부가 조화를 이뤘습니다. 게다가 위로 열리는 시저 도어까지!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기존에 존재했던 스타일이었지만, 콘셉트카가 아닌 양산차가 이러한 형태를 취한 건 극히 드물었습니다.

길게 뻗은 엔진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에 출시됐던 미우라가 가로 배치 방식을 취한 반면, 쿤타치는 세로 배치 방식을 취했는데요. 지속적으로 더 큰 엔진을 탑재하려면 세로 배치 레이아웃이 최선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3.9리터였던 V12 엔진 배기량은 1982년 4.8리터까지 커졌고, 1985년 생산된 마지막 쿤타치는 5.2리터급 심장을 얹고 있었습니다. 마치 모듈형 플랫폼처럼, 람보르기니의 가로 배치 레이아웃은 심미성 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훌륭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쿤타치 이후 계보를 이어온 디아블로, 무르시엘라고, 아벤타도르, 최근에 등장한 레부엘토까지 날렵한 쐐기형 전면부와 시저 도어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벤틀리, 컨티넨탈 GT

올해로 탄생 21주년을 맞은 컨티넨탈 GT는 벤틀리가 폭스바겐그룹에 합류한 후 처음으로 제작한 모델입니다. 컨티넨탈 GT에서 시작된 유려하면서도 품격있는 디자인은 지금까지도 벤틀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컨티넨탈 GT의 전면에는 네 개의 동그란 헤드램프가 있습니다. 이를 감싸는 유려한 라인, 그 사이를 지나가는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컨티넨탈 GT에 권위적인 느낌을 더했습니다. 뒷바퀴를 감싸는 풍성한 펜더 라인은 강력한 성능을, 루프를 따라 완만하게 떨어지는 라인은 럭셔리 쿠페 특유의 매력을 각각 입증하는데요. 이는 컨티넨탈 GT가 단순한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라 직접 운전하며 강력한 퍼포먼스까지 만끽하는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임을 상징합니다.

컨티넨탈 GT는 주문 제작 단계에서 고객 역시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모델인 3세대 컨티넨탈 GT의 뮬리너 트림*은 더욱 다양한 개인화를 제공하는데요. 이론상 170억 가지의 옵션이 가능해 어떠한 요구사항이든 반영할 수 있습니다. 컨티넨탈 GT를 주문할 때마다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진 모델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트림: 자동차 모델의 등급을 의미하며, 트림에 따라 다양한 옵션 선택 가능


오늘 소개한 모델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투영된 타임리스 아이콘으로써 심미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뤄냈으며, 해당 모델에서 시작된 헤리티지가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자인 중심 기업’ 선언을 돌아보면 의미심장해집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폭스바겐그룹만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 VWGK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 VWGK 페이스북 채널 바로가기
▶ VWGK 링크드인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