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30Tech
폭스바겐그룹의 멈추지 않는 도전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브랜드들은 각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한 대중적인 성격의 자동차부터 강력한 성능을 내는 슈퍼카, 모두가 꿈꾸는 럭셔리카까지 지향점과 색깔을 막론하고 말이죠.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각 분야의 선구자가 되기 위해 치열한 도전의 역사를 쌓아왔다는 사실입니다.

폭스바겐은 2007년 영국의 던스폴드 비행장에서 기네스 기록을 수립했습니다. '가장 무거운 항공기를 견인한 양산차' 라는 타이틀이었죠. 그 주인공은 폭스바겐 투아렉이었고, 상대방은 ‘하늘의 여왕'으로 불리는 보잉의 점보제트기 B747-200이었습니다.
폭스바겐이 이런 무모한 도전에 나선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SUV에 있어 견고한 차체 강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견인 능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에어버스 A380이 등장하기 전까지 747은 가장 큰 여객기였고, 이 거대한 덩치는 투아렉의 견인력을 평가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실험대상이었죠.
흥미로운 건 도전에 참여한 투아렉 V10 TDI가 판매 중인 모델과 동일한 사양이었다는 점입니다. 최고출력 313마력, 최대토크 76.5kg.m으로, 파워트레인 성능은 동일했습니다. 특수 어댑터 같은 견인을 위해 필요한 장비를 제외한다면 이렇다 할 튜닝을 거치지 않은 순정 상태였다는 것이죠.
결과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대성공입니다. 투아렉은 휠스핀*이나 엔진 과열 없이 8km/h의 속도를 유지하며 155톤에 달하는 747을 150m나 끌고 나갔습니다. 도전 당일 강풍과 폭우로 활주로 상태가 결코 좋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투아렉의 강력한 성능과 안정적인 제어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날 도전에 참여해 직접 투아렉을 운전한 폭스바겐의 기술 엔지니어는 "누군가 우리에게 더 크고 무거운 항공기를 빌려줄 수 있다면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더 무겁고 거대한 항공기도 거뜬히 끌고 나갈 수 있다는 기술적 자신감이 드러난 장면입니다.
당시의 도전은 언론과 시장 모두의 극찬으로 이어졌습니다. 투아렉 V10 TDI는 2004년과 2005년에 카라반 클럽 토우카 어워드(Caravan Club Towcar of the Year Awards) 풀사이즈 4X4 분야에서 상을 수상했고, 2004년에는 모터트랜드에서 ‘올해의 SUV’를 차지하는 영광을 얻었죠.
*타이어의 그립력이 떨어져 엑셀을 밟아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바퀴가 헛도는 현상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아우디의 모습. 많은 사람에게 아우디를 인식시켰고,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은 봤던 광고일 겁니다. 마케팅이나 광고 관련 전공 수업에서는 브랜드의 기술력을 효과적으로 설명한 모범사례로 등장하기도 하고요.
많은 이들이 아우디 A6가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을 기억하겠지만, 사실 이 시도는 1986년에 처음 시작됐습니다. 1986년 아우디는 100 CS 콰트로를 앞세워 직각에 가까운 핀란드의 카이폴라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데 성공합니다. 사륜구동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때의 도전은 아우디의 슬로건 '기술을 통한 진보'를 상징하는 사례입니다. 그간의 사륜구동은 상용차나 군용차 위주로 적용되었을 뿐, 프리미엄 승용차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는데요. 아우디는 양산형 승용차에 탑재 가능한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앞세워 이 벽을 넘어섰고, 프리미엄 세그먼트의 경쟁자들이 앞다퉈 사륜구동을 도입하는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아우디가 자신 있게 스키 점프대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모터스포츠 무대에서의 탄탄한 검증 덕분이었습니다. 1981년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처음 참가한 아우디는 한 시즌 만에 대회를 장악했습니다. 1982년 제조사 부문 우승, 1983년에는 드라이버 부문 우승을 기록하였으며, 1984년엔 마침내 종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아우디의 '진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아우디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니까요. 2005년에는 아우디 A6로 스키 점프대 주행 장면을 재현했고, 2019년에는 전동화 시대의 신호탄을 쏜 아우디 e-트론이 오스트리아 하넨캅산에서 기울기가 85도에 달하는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람보르기니의 모습을 상상해볼까요. 우라칸이나 아벤타도르, 최근 공개된 레부엘토도 좋습니다. 차종은 다양하겠지만 그 배경은 쭉 뻗은 공공도로 혹은 다이내믹한 서킷일 겁니다. 여기서 문득 궁금해집니다. 람보르기니는 이보다 험한 환경에서도 자신만만하게 질주할 수 있을까요?
2021년, 람보르기니 우루스가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 위에 섰습니다. 이곳에서 매해 열리는 빙상 스피드 경기 ‘데이 오브 스피드’의 참가자 자격으로 말이죠. 첫 출전의 성과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경기 개최 이래 역대 최고 속도인 298km/h를 기록한 것입니다. ‘고수는 무기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람보르기니 역시 어떤 지형에서든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순간입니다. 연습 주행에서는 무려 302km/h를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제원상 우루스의 최고속도가 305km/h이니, 온전한 힘을 그대로 뽑아낸 셈입니다.
우루스는 미끄러운 빙판과 강한 돌풍을 동반한 바람으로 인해 트랙션*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탁월한 기동성을 보여줬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동력을 배분하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겁니다. 강력한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 덕분에 시속 100km로 주행 중 제동거리**가 33.7m에 불과했다고 하는군요.
우루스가 SUV였던 덕분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우라칸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스포츠카 쿠페, 우라칸 스테라토도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갖고 있거든요. 2023년 등장한 우라칸 스테라토는 2014년 공개된 동명의 콘셉트를 양산화한 모델로, 출시 직후 스키장에서 최고속도 260km/h로 달리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두 차량이 이런 강력한 성능을 낼 수 있던 비결은 LDVI(Lamborghjini Dinamica Veicolo Integrata)라는 람보르기니의 핵심 기술 덕분입니다. LDVI는 차체의 모든 설정과 동력을 통합 제어하는 동시에, 기본 피드백 로직에서 더욱 진화한 ‘피드 포워드 로직(feed forward logic)’을 바탕으로 운전자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예측하거든요. 스티어링 휠***, 브레이크, 기어, 주행 모드 등을 통해 차체 시스템을 제어하고, 다양한 도로에 맞는 정밀한 응답성을 보여줍니다.
*구동력. 자동차를 전진시키는 힘의 근본
**브레이크가 완전히 작동한 순간부터 자동차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자동차가 움직인 거리
***차량의 바퀴를 좌우로 움직여 진행 방향을 바꾸는 데 쓰는 원형 조향장치

폭스바겐과 벤틀리는 악명높은 힐 클라임 코스로 유명한 파이크스 피크를 장악했습니다. 폭스바겐그룹이 선보일 고성능 전기차 기술, 그리고 모터스포츠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줬죠.
이 대회는 1916년 콜로라도 스프링스 인근의 록키 산맥에서 처음 시작된 경기입니다. 해발 2,800m부터 4,300m까지 총 19.99km를 달리는 기록을 측정하는 방식인데요. 2018년, ID.R이 여기서 수립한 기록은 7분 57.148초. 당시 '마의 8분'이라고 불렸던 기록을 가뿐히 경신하며 ‘가장 빠른 전기차’라는 타이틀까지 획득했습니다.
ID.R의 기록 수립 비결은 전기차만의 즉각적인 응답성과 이에 비례하는 강력한 성능, 그리고 레이싱카 특유의 날랜 움직임 덕분입니다. 폭스바겐의 모터스포츠 부서와 고성능 R 파트가 협업해 만든 ID.R은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2.25초 만에 주파할 정도로 뛰어난 가속 성능을 발휘하고, 많은 배터리와 모터가 탑재됐음에도 공차중량은 1,100kg을 넘기지 않습니다.
파이크스 피크 장인, 벤틀리
벤틀리는 '파이크스 피크 장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러 차례 도전에 나섰습니다. 2018년 힐 클라임 경기에 출전한 벤테이가는 10분 49.9초를 기록하며 양산형 SUV 부문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같은 해 출격한 컨티넨탈 GT는 10분 18.488초로 양산차 부문 신기록을 수립했죠.
2021년엔 바이오연료를 주입한 컨티넨탈 GT3 파이크스피크로 재생연료 차량부문 1위를 거머쥐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기에 이릅니다.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산소 부족으로 출력이 20~30% 가량 감소함에도 본연의 강력한 성능을 이끌어냈고, 100여개 이상의 코너를 공략하기 위해 액슬 캠버를 줄이고 코너링 성능을 극대화하는 한편, 수냉식 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부하 조건에 대응한 결과였습니다.
폭스바겐그룹이 다양한 기록과 도전으로 곳곳에서 '도장 깨기'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기술력과 가치를 입증하며 더욱 발전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폭스바겐그룹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폭스바겐그룹이 다음엔 어떤 도전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