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옥스퍼드 사전에는 익숙한 듯 생소한 용어가 등재됐다. ‘탄소중립(Carbon-Neutral).’ 이미 1990년대부터 이산화탄소 저감에 대한 공감대는 전세계적으로 형성돼 있었지만, 중립이라는 개념은 낯설었다. 쉽게 풀이하면 생산부터 공급 및 재활용에 이르는 제품 생명주기의 모든 단계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이상의 흡수 전략을 통해 결국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에 수렴하게 한다는 목표다. 그만큼 기업들의 어깨가 무겁다. 특히 자동차 산업을 넘어 모빌리티 산업 전반을 주도하는 폭스바겐그룹이라면 그 무게는 더하다. 물론 그 무게를 견딜 계획이 다 있다.
탄소중립 논의의 전제, 파리기후협약 간략히 살펴보기
다소 딱딱하지만, 탄소중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것이 도출된 과정을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세계가 인지하게 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다. 1988년, UN환경계획(UNEP)과 세계정상기구(WMO)의 지원을 받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족한다. IPCC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1990년 12월에 UN 총회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기본 협약 논의를 위한 국가 간 협의가 진행된다. 그리고 1992년 제 5차 위원회를 통해 기후변화 협약이 채택됐다. 기후협약은 선진 산업국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에서 ‘형평성(equity)’과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y)’이 명시되어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세부규칙이 바로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이며, 이것은 2005년 2월 16일 발효됐다.
그러나 이 교토의정서는 큰 효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고, 2020년 이후를 대비할 신 기후체제에 대응할 협약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 과정은 2015년 12월 채택된 파리기후협약까지의 대서사시다.
파리기후협약은 말 그대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지구 온도 낮추기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기 위해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새로 설정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감축 대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이산화탄소다.
지구가 더 뜨거워지기 전에…환경에 대한 폭스바겐그룹의 책임감
인간은 이동을 통해 문명을 더욱 풍성하게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동은 이산화탄소를 뿜는 일이다. 자동차 발명 이후 인간 문명은 그전보다 더 많은 물자를 더 멀리까지, 보다 빠르게 전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그만큼 대기 중으로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엄청나게 증가했다.
현재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14%도 이동 및 운송 수단에서 배출되고 있다. 이 중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들이 뽑는 양이 2% 정도다. 폭스바겐, 아우디를 포함한 승용차 부문과 만, 스카니아 등을 포함한 상용차 부문을 합친 수치다.
폭스바겐그룹은 이 점에 대해 오래 고민해왔고,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Carbon-Neutral)을 구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쉬운 목표는 아니다. 남은 시간은 30년 정도인데, 과거에 그렸던 미래 기술들이 실제 모습을 드러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긴 시간이라 할 수 없다. 강력한 실행 강령과 정교한 거버넌스를 통한 전진이 없이는 공허한 목표다.
탄소중립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폭스바겐의 정교한 구상 작업은 시기를 나눠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2025년을 기준으로 공급, 생산, 운용에 이르는 전체 제품 라이프사이클에서 10년 전인 2015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까지 줄이는 것이 소기의 목표다. 그런 한편 생산 단계에서 폐기물과 폐수, 이산화탄소, 에너지소비,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은 2010년 대비 40%까지 줄인다는 계획도 서 있다. 최근 친환경차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의 목소리가 생산 단계에서의 환경 오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전략은 합당하고 촘촘하다.
베를린 10배의 숲으로 구현될 폭스바겐그룹의 진심
탄소중립 전략의 또다른 핵심적 요소 중 하나는 이산화탄소를 중화하는 숲의 조성이다. 과거 기업들이 CSR 차원에서 적은 예산을 들여 진행했던 숲 조성은 탄소중립의 목표 아래에서 중요한 전략 사업이다. 폭스바겐그룹 역시 지난 6월 4일, 전 지구적으로 100만 헥타르에 달하는 열대림을 남아메리카와 아시아에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100만 헥타르는 1만㎢에 달하는 면적으로, 베를린의 10배 면적에 달한다. 1헥타르당 이산화탄소의 흡수량은 연간 8~9톤 정도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국내에 출시된 최고출력 286마력을 발휘하는 투아렉 3.0 TDI의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88g이다. 통상 한국 운전자들의 연평균 차량 주행거리를 1만 2,000km로 계산하면 연간 2.25톤 정도가 된다. 1헥타르의 숲이 투아렉 4대 분량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중화할 수 있는 셈이다. 참고로 폭스바겐그룹이 2019년 한 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의 대수는 1,090만 대 수준이다.
폭스바겐은 이 프로젝트를 세계적인 열대림 복원 전문기업인 페르미안 글로벌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한다. “건강하고 광대한 숲이 주는 행복과 풍요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지요. 현재 이런 열대림은 기후 변화로 인해 심각하고도 다급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를 복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폭스바겐과 함께 하게 되어 무척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파트너의 핵심적인 역할도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페르미안 글로벌의 슈테판 럼지 CEO의 메시지다.
물론 이산화탄소 자체가 유독가스는 아니다. 식물들은 이를 흡수해 탄소 동화작용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식물을 먹는 동물들이 이를 섭취하면서 생태계는 돌아간다. 그러나 이는 균형이 살아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인간의 산업문명 발달 이후 이산화탄소는 배출과 재흡수의 균형이 깨진 상태다. 균형이 깨진 지구는 고열을 앓고 있다. 탄소중립은 이런 열을 내리려는 인류 문명 사회의 자각이며, 폭스바겐은 그 자각을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는 데 들어갔다.
다음 콘텐츠 <2025 vs. 2050, 아우디폭스바겐의 계획>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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