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에서 살펴보는 모두를 위한 엔지니어링, 폭스바겐
지난 시리즈에서 우리는 아우디를 통해 '기술을 통한 진보'가 스크린 위에서 어떻게 빛나는지 살펴봤습니다. 첨단 기술이 영화 속 긴장감과 맞닿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화려한 퍼포먼스도, 압도적인 기술력도 아닙니다. 그보다 더 오래, 더 많은 사람의 곁에 있었던 차. 폭스바겐입니다.
폭스바겐의 모델들은 유독 그런 순간에 자주 등장해 왔습니다. 과시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그러나 언제나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있었습니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말이죠.

감정을 가진 기계 – <러브 버그> 비틀
1968년, 디즈니가 한 편의 영화를 내놓았을 때 관객들은 단번에 이 차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영화 〈러브 버그(The Love Bug)〉의 진짜 주인공은 배우가 아니었습니다. 차체 번호 53이 새겨지고 빨강·하양·파랑 줄무늬가 달린 흰색 1963년형 폭스바겐 비틀 — 허비(Herbie)였습니다.
허비는 달립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경쟁자를 향해 질투하고, 가끔은 삐쳐서 멈춰서기도 합니다. '자동차가 감정을 가진다'는 발상은 원래 황당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허비에게서는 그게 자연스럽습니다.
그 이유는 비틀의 생김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둥글게 부풀어 오른 차체, 마치 눈처럼 생긴 원형 헤드램프, 어딘가 수줍어 보이는 듯한 모습. 이 차는 처음부터 표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계가 감정을 품을 수 있다는 상상은 비틀이라는 형태가 허락한 영역이었습니다.
허비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기술 때문도, 속도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 차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함께 달리는 이야기 – <리틀 미스 선샤인> 마이크로버스
2006년 선댄스 영화제. 한 편의 인디 영화가 상영이 끝나자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터졌습니다. <리틀 미스 선샤인>의 주인공은 일곱 살 소녀 올리브와 그녀의 엉망진창 가족. 그리고 그들을 태운 밝은 노란색 1971년형 폭스바겐 T2 마이크로버스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마이크로버스는 완벽한 차가 아닙니다. 기어가 고장 나 있고, 클러치가 나가버려 달리는 도중에도 차를 세울 수 없습니다. 시동을 걸려면 온 가족이 차를 밀어서 속도를 올린 뒤 달리는 차에 뛰어 탑승해야 합니다. 영화 내내 이 차는 삐걱거리고, 고장 나고, 떼를 씁니다.
그러나 바로 그 장면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달리는 마이크로버스를 향해 가족 전원이 뛰어가 문을 붙잡고 올라타는 그 장면 – 각자의 삶에서 실패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밀어주는 단 하나의 순간으로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차 한 대가 움직이기 위해 온 가족이 필요했던 것처럼, 사람도 결국 혼자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것. 폭스바겐이 오랫동안 말해온 '함께'라는 가치를 이 차는 어떤 광고보다 선명하게 스크린 위에서 증명했습니다.
마이크로버스는 1950년대부터 '함께 타는 차'였습니다. 넓은 실내, 크고 네모난 창문, 누구든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구조. 이 차는 처음부터 혼자가 아닌 여럿을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리틀 미스 선샤인〉은 그 정신을 어떤 광고보다 선명하게 스크린 위에 옮겨놓았습니다.

모두를 위한 도시를 달리는 차 – <주토피아2> ID 시리즈
생각해보면, 폭스바겐이 사랑받아온 이야기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허비는 기계였지만 사람처럼 감정을 가졌고, 마이크로버스 위 가족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이었지만 같은 차 안에 탔습니다. 폭스바겐이 어울리는 이야기는 언제나 그런 자리였습니다. 다양한 존재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그러나 결국 함께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는 오늘날 〈주토피아 2〉로 이어집니다.
주토피아는 동물들의 도시입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거기 사는 건 사람입니다. 꿈을 쫓고, 편견에 부딪히고,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 우리가 매일 겪는 이야기들이 토끼와 여우의 얼굴을 빌려 스크린 위에 펼쳐집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주디와 닉은 새로운 사건을 쫓으며 도시 곳곳을 누빕니다. 그리고 그 도시의 거리를 달리는 건 폭스바겐이었습니다.
영화 속 폭스바겐은 '울프스바겐(Wolfswagen)'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늑대(Wolf)와 폭스바겐을 교차한 이 패러디 네이밍은, 이 차가 그 세계에 일부임을 보여줍니다. ID.3, ID.4, ID.7 투어러에서 영감을 얻어 주토피아 세계관에 맞게 재해석된 3종의 차량은, 포식자와 피식자가 함께 사는 도시의 도로 위에서 아무런 위화감 없이 달립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하나의 영상이 먼저 세상에 나왔습니다. 주토피아 세계관으로 재탄생한 폭스바겐 모델들과 극 중 팝스타 가젤의 신곡이 함께 흐르는 캠페인 영상. 전 세계 영화관 스크린과 TV, 소셜 미디어를 타고 퍼져나간 이 영상은 어떤 설명 없이도 한 가지를 말했습니다. 이 차들은 주인공들과 함께 이야기 속에 있을 때 가장 빛난다는 것.
폭스바겐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는 명확합니다. 처음부터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차였기 때문입니다. 허비는 감정을 가졌고, 마이크로버스는 가족의 힘으로 굴러갔으며, ID 시리즈는 사람을 닮은 존재들의 도시까지 달려갔습니다. 시대도, 모델도, 이야기도 모두 달랐지만 스크린 위 폭스바겐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주인공 곁에서, 혹은 주인공 그 자체로요.
좋은 자동차는 유행을 따르지 않습니다. 사람의 삶에 스며들 때 비로소 오래 남습니다. 전 세계 관객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시동이 꺼지지 않는 이유 — 그것이 폭스바겐이 80년 넘는 시간 동안 증명해온 것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함없이 달려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